이달의 책
2016.07.27 17:11

[2016.07] 나를 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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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함께 하는 ‘이달의 책’ 7월의 키워드는 ‘나를 돌아보기’입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서 책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책은 또하나의 거울입니다. 책을 읽으며 나를 읽습니다. 그런 책읽기를 통해 내면의 우물에 ‘첨벙!’하고 두레박을 던져 보는 건 어떨지요.

천천히 읽어라, 책과 밀당하고 애타게 그리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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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북하우스
350쪽, 1만6000원

지은이는 이 두툼한 책을 편안하고 자유롭게 읽는 방법으로 마음에 드는 구절을 찾아 온몸의 감각기관으로 느껴볼 것을 권한다. 예로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라는 한 구절만 제대로 새겨도 작품의 인문학적 향취를 느낄 수 있다.

‘온갖 지식의 혼탁한 연기로부터 해방되어 네 이슬에 흠뻑 몸을 적시고 싶구나’ ‘이 오막살이도 그대로 인해 천국이 되는구나’라는 구절에선 인간 이성과 감성의 오묘한 관계를 찡하게 느낄 수 있다. 누군가를 진실로 가슴에 담아본 사람이라면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18세기 후반과 19세기 전반을 살았던 대문호 괴테의 심장은 21세기에 사랑에 빠진 남녀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책이 제공하는 세기의 대화다.

창의성이 핵심인 광고인인 지은이는 이 책에서 왜 책을 읽는지, 어떻게 책을 읽는지를 다룬다. 지은이는 첫째 질문에 ‘풍요로운 삶’이라고 대답한다. 둘째 질문에는 ‘천천히’라는 석 자를 내놓는다.
htm_2016070201720926782_99_2016070300081박웅현은 "책을 쓴 사람과 읽는 사람, 양쪽에서 화학반응이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이 책은 주로 후자에 무게를 실었다. 책은 천천히 읽어야 가치와 즐거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충고에 가슴이 뜨끔하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대화도 나누고 감정을 내밀어도 보고 가끔은 멈춰 서서 한 줄의 의미도 되새겨보는 그런 ‘밀당’의 과정이 필요한 것이 책읽기라는 이야기다. 책과 가슴 떨리는 사랑도 시도해보고 상통의 희열도 느껴보며 애타는 그리움과 부재의 슬픔을 모두 느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답일 것이다. 지은이는 이런 방식의 강의 8개를 통해 ‘천천히 책읽기’의 향기를 음미한다.

책읽기는 나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믿는 지은이는 ‘읽었으면 느끼고 느꼈으면 행하라’라는 말을 즐긴다. 그런 인물의 전형으로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든다. 수많은 문학도의 가슴을 끓게 했던 작가다. 그는 대학 시절 “‘나 책 좀 읽었다’ 하고 싶어 책을 읽었던 시절이라 그리 밀도 있게 읽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당시에는 그의 진면목을 몰랐다”라고 잘라 말한다. 그래서 그는 이후 세 번을 더 읽은 결과 비로소 “자유라는 단어가 벌떡 일어서서 다가왔다”고 말한다. 그래서 조르바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일본과 중국 여행기인 『카잔차키스의 천상의 두 나라』와 『영국 기행』 『스페인 기행』의 세 권의 기행문을 소개한다. 일반적인 여행서는 여행 정보나 경험 같은 ‘대상에 대한 객관’을 담지만 카잔차키스는 ‘대상에 대한 저자의 사색’을 담는다는 것이 지은이의 평가다. 이 세 권의 여행기는 그런 과정을 거쳐 ‘어떻게 삶을 대할 것이냐’는 방향으로 귀결된다. 그는 온몸이 촉수인 사람으로 살고 싶어했으며, 순간순간 예민하고 그 순간 온전하고 싶었을 것이라는 게 지은이의 생각이다. 영국 기행 도중 대학을 찾은 카잔차키스는 이 한 마디로 대영제국 국력의 원천을 요약한다.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에서는 전공 분야에 대한 증서를 받지 않는다. 그들이 받는 것은 ‘인간의 증서’다.” 인문학만 아니라 사회과학에서도 새길 말이다.

지은이는 또 『그리스인 조르바』를 조르바에 대한 기행문, 『영혼의 자서전』은 작가 자신에 대한 기행문이라고 각각 정리한다. 책이 주는 오롯한 희열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카잔차키스를 이렇게 천천히, 찬찬히, 곰곰이, 담담히 읽으라는 권유다. 그러면 몰랐던 카잔차키스를 머릿속으로 알게 된다. 머릿속으로는 알았지만 가슴으로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작가의 내면에도 한걸음 더 다가서게 된다. 책은 이렇게 느끼는 것이다.

채인택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거대 코끼리 같은 『파우스트』 … 읽을 때 마다 다른 향기

지은이는 인문학의 고전인 괴테의 『파우스트』를 천천히 읽는 방법을 소개한다. 이 책은 거대한 코끼리와도 같다. 사람에 따라, 읽은 시기에 따라, 심지어 그날의 기분에 따라 시각과 주안점과 해석이 달라진다. 사랑과 이별, 남녀와 인간의 관계, 삶의 희망과 절망, 욕망과 상상의 무한성과 한계성, 운명과 의지, 지식과 종교, 지식과 자연, 삶과 죽음 등 인생의 온갖 ‘부위’가 원액 상태로 담겨 있다. 괴테의 무게가 느껴진다. 문제는 무게가 때로 질곡이라는 점이다.

고전은 인생의 거울…재해석한 그리스 『영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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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의 거울: 영웅전
김상근 지음, 21세기북스
388쪽, 2만3000원

스티브 잡스는 세상을 떠나기 전 33년 동안 매일 아침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성찰했다고 한다. 그가 세상을 바꿀 수 있었던 힘이 바로 그 ‘거울 앞의 성찰’이었다. 잡스처럼 세상을 바꾸진 못해도 주어진 세상에서 길을 잃지 않고 지혜롭게 살아가려면 누구든 거울 앞의 성찰이 필요하다. 인문학이 훌륭한 거울이 돼줄 수가 있다. 인문학의 태동 계기와 존재 이유도 그것이다. 특히 세상을 바꿀 지도자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인간 본성에 대한 깊고 진지한 성찰이 담긴 인문학 서적 먼저 찾아야 한다.

김상근 연세대 신학과 교수가 인문학 입문서를 다시 펴냈다. 전작 『군주의 거울: 키루스의 교육』 편에서 플라톤의 『국가』, 크세노폰의 『키루스의 교육』 같은 그리스 고전을 재해석했던 그가 이번엔 플루타르코스의 『비교 영웅전』을 통해 성찰의 거울을 펼쳐 든다.

『비교 영웅전』에 담긴 50명의 영웅 가운데 리쿠르고스, 솔론, 페리클레스, 카토, 알렉산드로스, 카이사르 등 25명을 골랐다. 저자는 책을 구상하고 집필하는 동안 플루타르코스의 생각을 몸으로 느껴보기 위해 『비교 영웅전』의 집필 장소였던 그리스 델포이를 4번이나 방문했다.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밤이 돼야 날개를 펴듯, 플루타르코스의 숨결을 느끼며 옛 영웅들의 지혜와 통찰력, 용기를 되새겨본 것이다.

그래선지 저자는 플루타르코스의 견해를 대체로 따르고 있는데,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가 “인류의 재앙”이라고 평가했던 카이사르에 대해서는 특히 그렇다. 지나친 권력욕과 명예욕으로 로마의 찬란한 전통인 공화제를 무너뜨린 데 대한 반감일진대, 이 또한 오늘날 반면교사의 거울이 될 수 있을 터다. 시리즈는 3부작으로 마무리된다. 마지막은 마키아벨리 편이다. 권모술수로만 잘못 이해되고 있는 『군주론』을 통해 진정한 군주(지도자)의 모습이 어때야 하는지 보여줄 예정이다.

이훈범 논설위원 cielbleu@joongang.co.kr


어떤 운명이 잡힐까…은희경이 뽑아본 ‘인생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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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룰렛
은희경 지음, 창비
216쪽, 1만2000원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모르는 가방. 그 안에 든 것이 돈일 수도 총일 수도 비밀문서나 독약일지도 모르는. 우리 인생이 바로 그런 가방 같은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소설집이다. 돈을 뽑아 들든 독약을 뽑아 들든 어디까지나 운일 뿐, 뽑은 사람의 잘못은 아니라는, 그만큼 우연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게 우리 삶이라는 생각을 소설책이 품고 있다는 얘기다.

인생의 막바지 혹은 반환점 쯤에서 비로소 자신의 ‘인생 패’를 확인하고는 사는 게 초라해진 우리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얘기일 텐데 저자 은희경씨는 이미 이 방면에 길을 낸 작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이야기들을 천연덕스럽게 풀어낸다.

표제작 ‘중국식 룰렛’은 동명의 1970년대 독일영화에 어깨 기대고 있는 작품이다. 신원에 대한 비밀이 보장되는 인터넷 위스키 동호회와 질문 공격에 진실을 답한 자만이 값비싼 싱글몰트 위스키를 마실 수 있도록 규칙을 정한 진실 게임. 진실 혹은 비밀에 대한 상반된 태도들이 엇갈리는 가운데 과연 누가 행운아거나 불운아인가, 이혼 절차를 밟고 있는 ‘나’의 아내가 과연 부적절한 일을 저질렀는지 여부 등이 독자가 판단할 숙제로 주어진다.

‘대용품’은 19년 만에 너무나 평범한 어른들이 되서 재회한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 ‘별의 동굴’에서는 한 때 교수가 되겠다는 실낱 같은 희망으로 버텼지만 불가능하다는 점이 자명해진 데다 건강마저 잃는 40대 중반 시간 강사를 그렸다.

취향 차이일 수 있겠으나 소설집에 실린 6편 중 ‘불연속선’에 가장 끌린다. 앞의 가방 얘기가 이 작품에 나온다. 덧붙이면, 어떤 이에게 가방 하나는 생존의 모든 도구를 담은 이삿짐 전체일 수도 있다. 보자기는 가장 단순해진 형태의 최후의 가방.

가방을 든 이들은 결국 어디로든 떠난다. 여행은 인생의 은유다. 위태로운 여행으로 점철된 인생은 결국 불연속선이라는 얘기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http://news.joins.com/article/20251527


이달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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