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책
2015.11.02 18:52

[11월 이달의 책] 취향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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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함께하는 ‘이달의 책’ 11월 주제는 ‘취향저격’입니다. 아이돌그룹 아이콘(iKON)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죠.

“가지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자기전까지도 생각이 나”는 책이 있으신가요. 여행, 음악, 그리고 연애…, 독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할 세 권을 골라봤습니다.


떠나라 그대, 행복한 고독 속으로
htm_2015103111411597463_99_2015103105553저자 폴 서루는 비행기 여행을 혐오하고 기차 여행을 선호한다. 최상은 걷기다. [사진 캐나다 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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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책
폴 서루 지음, 이용현 옮김
책읽는수요일
512쪽, 1만5000원


여행이 넘쳐나는 시대다. 아니, 여행보다는 관광이 더 적확한 단어겠다. 50여 년간 세계를 여행하고 40여 년간 여행에 관한 글을 써온 폴 서루(74)는 관광객과 여행자를 구분한다. “관광객은 자신이 어디에 와 있는지 모르고 여행자는 자신이 어디로 갈지를 모른다. 뭄바이에서 관광객은 사원이나 박물관에 있었겠지만 나는 빈민가에 있었다.”(47쪽)

미국 출신의 이 여행문학가는 어린 시절부터 집을 떠나 어디론가 멀리 가고 싶은 동경을 품고 뒤척였다. 홀로 떠나기에 너무 어렸을 때는 대체 방법으로 그가 있고 싶은 장소에 관한 책을 읽었다. 『여행자의 책』(원제 The Taoof Travel, 2011)은 가장 열정적인 여행자이자 독자로서 그가 긴 방랑에서 깨달은 ‘여행의 도(道)’에 관한 해묵은 이야기다. 여행의 기쁨과 슬픔, 고통과 환희, 관찰과 통찰이 담겨 있다. 스스로는 “여행 안내서이자 실용서, 문집이자 편람, 독서 목록이자 회상록”이라고 부른다. 자신이 쓴 여행서 12권을 뼈대 삼아 위대한 여행가들과 작가들이 남긴 문장을 엮어 여행자들이 가방에 챙길 단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수많은 인용으로 이어지는 책이기에 일종의 여행 사전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여행과 낙관주의’ ‘여행과 정치’ ‘여행과 포르노’ 같은 항목이 늘어섰다. ‘내가 경험한 가장 위험한 열 개의 장소들’ 중 ‘영국’에 대한 설명은 “토요일 오후 축구 경기 후의 불량배들”이다. ‘행복한 장소들 열 개’를 꼽는 요소에는 이런 낭만적인 설명이 붙는다. “‘이곳에서 살고 싶다’가 아닌 ‘이곳에서 죽어도 좋다’라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서문이자 총론이라 할 ‘여행이란 무엇인가’에서 폴 서루는 경구에 가까운 여행의 정의를 쏟아놓는다. “때때로 여행은 자학이며 슬픈 기쁨이다.” “혼자, 혼자. 이것은 성공의 증거와도 같았다. 이 고독한 조건에 도달하기 위해 나는 아주 멀리 여행한 것이었다.” “방문객이 뜸하고 사람들이 여전히 전통적인 삶을 살고 있는 장소가 내게는 가장 가치 있어 보였다. 왜냐하면 이런 곳은 가장 응집된 곳이기 때문이다.” “여행은 뼛속까지 게으른 일이며 교묘하고 빈둥거리는 회피이다.” “비행기 여행은 마치 치과에 가는 것과 같다. 심지어 의자도 말이다.”

통독하기보다는 그저 아무 페이지나 펼쳐 한 두 줄 보고 말 일이다. 읽을수록 떠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커지기에 야금야금 아껴 읽을 책이다. 김연수 작가가 말했듯 “낯선 땅에서 혼자 남았을 때 읽으면 위안이 되는 문장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용적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영적”이니.

[S BOX] 당신만의 여행, 10가지 지침

폴 서루는 책 맨 끝에 ‘당신만의 여행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열 가지 지침을 적어 놓았다. 단순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곰곰 뜯어보면 실천하기 꽤 어려운 항목들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첫 번째 ‘집을 떠나라’부터 난관에 부딪칠게 뻔하다. 그럼에도 오랜 세월 길에 서 있었던 필자의 연륜과 묵상이 침전해 걸러낸 최소한의 단어들이기에 곱씹게 된다. 그의 50여 년 여행 인생과 그 경험으로 쓴 10여 권의 여행서를 압축한 정수라 할 수 있다. 이 중 한두 가지라도 해 볼 수 있다면 당신은 관광객이 아니라 삶의 여행자다.

하나, 집을 떠나라. 둘, 혼자 가라. 셋, 가볍게 여행하라. 넷, 지도를 가져가라. 다섯, 육로로 가라. 여섯, 국경을 걸어서 넘어라. 일곱, 일기를 써라. 여덟, 지금 있는 곳과 아무 관계가 없는 소설을 읽어라. 아홉, 굳이 휴대전화를 가져가야 한다면 되도록 사용하지 마라. 열, 친구를 사귀어라.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그 시절 우리를 키운 건 8할이 음악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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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로큰롤
오쿠다 히데오 지음
권영주 옮김, 은행나무
354쪽, 1만3500원


요즘 세대에게 힙합과 스웩(허세나 잘난 척)이 있다면, 1970년대 일본 시골 마을의 중학생 오쿠다에게는 로큰롤과 반항심이 있었다. 소설가 오쿠다 히데오의 이 자전적 에세이집을 읽다 보면 몇 번이고 무릎을 치게 된다. 대도시도 아닌 변두리에서 10대 소년 오쿠다가 록을 ‘발견’하고 빠져드는 모습이 우리네 70~80년대 팝송팬, 로큰롤 키드들의 경험과 놀랄 정도로 닮았기 때문이다. 오디오와 LP는 물론이고 라디오 신청곡에, 이를 녹음한 테이프에, 음악잡지의 별점과 비평에 하나 하나 열광하는 모습이 참으로 생생하게 묘사된다. 그렇다고 중장년 전용의 회고담은 결코 아니다. 눈앞에서 수다를 떠는 듯한 경쾌한 말투, 곧잘 딴 길로 빠져 이야기를 한결 풍부하게 만드는 솜씨가 그의 애청음악에 낯선 독자라도 빠르게 책장을 넘기게 한다.

 에세이에는 그의 소설에 담긴 유쾌한 반골 기질의 근원이 자연스레 드러난다. 예컨대 그가 다닌 학교에서는 조금이라도 비트가 강한 음악은 절대 교내방송에 틀 수가 없었다. 그래서 주로 흘러나오던 사이먼 앤 가펑클이나 카펜터스를 한때는 몹시 싫어했다는 고백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소설가가 되어서도 그는 이런 억압적인 분위기를 잊지 않는다. 나오키상을 받은 직후 모교의 초청에 응하지 않는 ‘뒤끝’을 발휘한다. 작가로서 그의 속내를 읽는 재미도 있다. 음악에 비유하면 초대형 무대에서 공연하는 수퍼밴드가 되기는 싫지만, 그렇다고 안 팔리는 작가가 되기도 싫다고 털어놓는 대목에선 빙그레 웃음이 나온다.

 에세이의 각 장에는 그가 시기별로 즐겨듣던 음반의 제목을 붙였다. 책 말미에는 그의 성장기의 단면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단편 소설 ‘홀리데이 히트 팝스’가 실려 있어 그의 성장기 정서를 더욱 생생히 짐작하게 한다. 그는 나이 오십이 넘어 오디오를 새로 장만했다. 신문 연재 소설을 끝낸 직후 이른바 지름신이 강림한 결과다. 십대 때 듣던 음악을 한결 좋은 음질로 다시 듣는 건 ‘어른’이기에 가능한 즐거움이라는, ‘감상’이야말로 암만 나이 먹어도 즐길 수 있는 취향이라는 그의 자랑질마저도 유쾌하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갈피마다 묻어난다, 이 시대 스무 빛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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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이 필요한 시간
요조 외 지음
부키, 320쪽, 1만2000원


꽤 오래 연애소설을 읽지 않았다. 안 그래도 속이 시끄러운데, 내 것도 아닌 사랑의 반짝이는 혹은 지리멸렬한 순간을 지켜보는 것이 피곤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려나. 그렇다면 이 책에 나오는 소설가 정세랑의 말은 맞을 지도 모르겠다. “연애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은 친절한 사람이다.”(283쪽) 타인의 감정에 스스로를 아낌없이 이입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작은 것들, 사랑스러운 것들을 알아보는 사람들.

가수 요조, 만화가 김보통, 소설가 정지돈·김중혁, 영화평론가 정성일 등 이력이 천차만별인 20명의 필자들이 연애와 연애소설에 대해 쓴 글들을 한데 묶었다. 자신의 연애 경험 갈피갈피 책 이야기가 스며들어 있는, 이를테면 ‘연애를 책으로 배웠어요’ 류의 글들이다. 가수 요조는 “소금 뿌려진 미꾸라지처럼 발광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던” 어느 날, 김승옥의 소설 ‘야행’의 여주인공을 만나 함께 걸으며 자신의 “징그러운” 마음을 들여다본다. 번역가 박현주는 이노우에 아레노의 『채굴장으로』를 읽으며 “말하지 않은 감정”의 잔인함과 소중함을 생각한다. 기생충학 박사 서민은 심윤경의 소설 『사랑이 달리다』 주인공의 이야기 속에 짧게 끝났던 자신의 지난 결혼을 녹여낸다. 빛깔도 결도 다른, 하지만 어쩐지 다 남의 이야기 같지 않은 고백들이다.

책에는 밑줄 긋게 만드는 사랑에 대한 아포리즘이 가득하다. “우리가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 그것은 나의 자리를 발견하는 것이리라.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찬 길에서 나는 너의 손을 잡고 너는 나의 손을 잡은 채로 함께 걸을 때, ‘여기가 나의 자리’라는 확신이 드는 어떤 찰나의 순간.”(황인찬, ‘절도’) “꽃잎은 떨어지고 환멸이 남았다. 그걸 넘어서는 게 가능하다면 우리는 진짜 사랑을 말할 수 있고 다시 사랑할 수 있겠지. 그러나 그 쓸쓸한 들판을 넘는 건 쉽지가 않다.”(이도우, ‘가스등이 어두워질 때’) “사랑을 할 수 있는 능력에 있어서는 누구와도 같지만, 사랑을 어떻게 하느냐는 누구와도 다르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든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이다.”(정지돈 ‘사드와 나’) 책장을 덮고 나면 둘 중 하나를 하고 싶어질 것이다. 소설을 읽고 싶거나, 연애를 하고 싶거나.


http://news.joins.com/article/18975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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